Shinsegae Gallery 2014

"Thing"

 

Jungjin Lee THING

When the subject of a photograph appears vague, one tends to refer to its title for identification. Yet, as far as Jungjin Lee’s photographs are concerned, even such effort seems futile. Although some objects are identifiable, the titles never match one’s expectation. In her photographs entitled “Thing,” names of individual objects have been erased. The Thing series produced during 2003–2007 feature enlarged images of everyday objects in black and white. Lee’s landscape and still-life photographs produced with the innovative technique of applying

a photo-sensitive emulsion, “liquid light”, on handmade mulberry paper, have achieved recognition in Korea and abroad. Objects in black and white float on the vast white mulberry paper without shadows. These images reveal other aspects of banal objects that are usually too familiar to warrant attention. Objects in the Thing series include a rusty, crooked nail; a small, shabby piece of pottery; a torn tree leaf; a scratched spoon; and a dried-up, brittle twig. These objects can be described as “worn-out,” “old,” “useless,”

“abandoned,” “shabby,” and “trifling.” These expressions can be applied to the whole oeuvre of Jungjin Lee including other series that featured isolated houses, warehouses, islands, old men, silhouettes or shadows, deserts, pagodas, Buddha statues and oceans. Lee’s photographs somewhat resemble paintings. Instead of dipping mulberry paper in a developing solution, she applies a photo- sensitive emulsion with a brush by hand, thus controlling tonal expressions. According to the artist, mulberry paper is more effective for creating painterly textures than ordinary photographic paper. Also, it is relatively easier and freer with mulberry paper to produce photographs of unusual formats or sizes and to deliver the artist’s subjective communication with images. As layers of textural details unique to mulberry paper constitute the surface of photographed objects, Lee’s work exudes an analogous sensitivity that can be hardly found in photography. Jungjin Lee began to use mulberry paper in 1989 while she lived in New York. As she met a number of master photographers including

Robert Frank while majoring in photography, she looked back on the past ten years of her photography from the starting point. She reflected on everything about her work from well-arranged compositions, glossy photographic paper to her artistic attitude. In this process, she went through a series of experiments on photographic papers and finally found the most suitable medium for her work, the mulberry paper. Mulberry paper was effective for expressing subtle nuances of Lee’s work. The textures and tones of mulberry paper harmonized with photographed objects creating the desired result, adding more depth to her work.

Around this period, two pieces of Lee’s photography printed on mulberry paper were acquired by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she became the first Korean artist whose work is included in the permanent collections of the museum. Unlike the Thing series in a horizontal format, these works display a vertical composition leaving empty spaces at the top and the bottom. Shunning the rigid rectangular frame of photographic paper,

Lee intentionally left the irregular edges of mulberry paper untrimmed. As empty space itself becomes an essential element in an oriental ink-and-wash painting, the space in Lee’s photography invites viewers into the realm of Asian aesthetics and philosophy

of emptiness. If photography is a medium for objective record and proof of existence, Jungjin Lee’s photography is a record and a proof of the artist’s momentary mental state. In her work, it is not important to identify the name of an object that has been already transformed from a proper noun to an abstract noun. Instead, we should relate to the work that has become a part of the artist herself. It would be worthwhile to spend some time in front of her photograph until a nail ceases to be a nail, and a spoon stops being a spoon. Time will slowly reveal the world of objects reborn as a poem through the artist’s hands.

By Kim Yunjung
January 2014 Shinsegae Gallery

 

사진을보는이들은피사체의정체가모호할때 제목을 보고 대상을 유추하곤 합니다. 그러나 사진작가 이정진의 사진에서 이 모든 노력은 무의미합니다.물론무엇을찍었는지알수있는 대상들이 있지만 그 정체를 확인하려는 순간 제목은 기대를 저버립니다. 그저 ‘사물/것’으로 이름 지어진 사진들에서 개별 대상의 이름은 지워져 있습니다. 작가가 2003–2007년 동안 제작한 〈THING〉 연작은주변일상에서흔히볼수있는소박한 사물들을 크게 확대한 흑백 사진입니다. 작가는 한지 위에 감광유제를 도포하여 사진을 만드는 독창적인 기법을 구사하여 제작한 풍경 및 정물 사진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아왔습니다. 크고흰한지위에그림자도없이공간을부유하는 듯 보이는 흑백의 사물들은 평소에는 익숙한 나머지 존재조차 잊고 있었던 것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녹슬고 구부러진 못, 볼품 없는 작은 토기 항아리, 찢어진 나무 잎사귀, 흠집 난 숟가락, 바스러질 듯 말라버린 나무줄기 등 〈THING〉의 오브제들은 마치 초현실주의 사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이사물들을수식하는공통된말은

“낡은,오래된,쓸모없는,버려진,볼품없는,중요치 않은” 등 입니다. 외딴 집, 창고, 묘지, 섬, 노인, 실루엣 혹은 그늘, 사막, 탑, 불상, 바다 등을 소재로 하고있는작가의여타작업들을보면열거된 수식어들이 이정진의 작품 세계 전체를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정진의 사진은 회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인화지로 사용할 한지를 현상액에 담그는 대신 한지위에붓으로유제를도포하는수공적인화의 과정을 거치며 사진의 톤을 조절하기 때문입니다. 작가에 따르면, 한지는 일반 인화지보다 훨씬 회화적인 질감과 틀을 얻기 쉽고, 형태나 크기 면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뿐 아니라 이미지와 소통하는 작가주관의전달에더효과적입니다.한지를 구성하는 섬유질의 독특한 질감과 사진으로 찍힌 사물들의 표면을 구성하는 디테일이 중첩되면서 이정진의 작품은 사진에서 보기 힘든 회화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전달합니다.

한지에 작업하기 시작한 1989년경 이정진은 뉴욕에 있었습니다.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며 로버트프랭크등거장사진가들과만나던무렵, 

그는지난10년간의사진작업을원점에서부터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잘 짜인 화면 구성이나 안정적인 구도, 매끈거리는 인화지부터 작가적인태도까지그모든것을반추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품을 인화할 매체에 대해서도 다양한 실험의 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가장 적절한 것으로 한지를 발견하였습니다. 한지는 이정진 작품의 미묘한 뉘앙스를 전달하기에 매우 적합한 매체였습니다.한지인화는작가의촬영소재들과 톤이나 질감 면에서 잘 어우러지고 깊이를 더하는 만족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시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한국 작가 최초로 그의 작품 두 점이 소장되는데, 이작품들또한한지로작업한초기사진들입니다. 이 작품들은 가로로 제작된 〈THING〉과 달리 한지에 세로로 인화된 사진들로, 화면 아래를 비워 흰 여백을 담담히 보여줍니다. 작가는 인화지가 주는 딱딱한 직사각의 프레임 대신 한지의 불규칙한 가장자리를 그대로 노출하고 여백을 의도적으로 남겨두었습니다. 동양의 수묵화에서 아무 것도 없는 흰여백자체가작품의중요한부분이되는것처럼

이정진의사진에서여백은보는이를동양적인 비움의 미감과 철학적 사색의 공간으로 이끕니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객관적인 기록이자 현존의 증거라면이정진의사진은사진을찍을당시작가의 정신 상태에 대한 기록이자 증거입니다. 따라서 고유명사가 아닌 추상명사가 된 사물의 이름을 따져 묻기 보다 작가와 혼연일체 된 작품 자체와 조응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못이 못이 아닐때까지,숟가락이더이상숟가락이아닐 때까지 작품을 주시하며 기다려보길 권합니다. 기다림의 시간은 작가의 손을 통해 한 편의 詩로 거듭난 사물의 세계를 보여줄 것입니다.

신세계갤러리

기획 김윤정